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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의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욕을 해버리고,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 있다가, 다시 몸을 돌려 방조주를 보았다.
말을 안할 수 없겠다. 려일엽의 환형술은 정말 대단했다. 기본적으로 방조주의 외모는 보기엔 설단융과 똑같아 보였다.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같은 한 쌍의 봉안이었지만, 설단융은 그 두 눈은 얼음과 눈처럼 차가웠고, 사람을 천 리 밖에서 거절하는 듯했다. 그러나 방조주의 것은 매우 온화했다. 성질이라곤 전혀 없는 듯 온화했다.
송연의는 성질이 있는 미인을 좋아했다. 방조주같은 건 그가 가장 싫어하는 종류였다. 괴롭혀봤자 재미도 없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다 납치했고, 송연의는 이 때문에 려일엽에게 죄를 지었다. 비록 그는 려일엽이 두렵지도 않았지만, 하지만 대가를 치른 이상, 어쨌든 뭔가돌아오는 게 있어야겠지.
여기까지 생각하고, 송연의는 방조주의 앞으로 돌아와, 힘차게 비단 끈을 잡아당겼다. "오늘 밤 시간은 기니, 우리 천천히 가죠."
그는 사람을 직접 방으로 끌어들였다. 금언술을 내렸기 때문에, 방조주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이게 송연의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했다. 상대방이 한 말을 회상하지만 않으면 됐다.
송연의는 방 한가운데 있는 미인탑으로 사람을 끌어당겨, 단번에 올라가게 밀었다. 또 사람을 밀어 올렸다. 방조주는 강제로 눕게 됐고, 기계 소리가 들렸다.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의 발과 손이 모두 묶여 있는 것을 알았다.
"교사단입니다. 묶인 사람에 따라 조임이 조정되죠. 당신이 발버둥 칠수록, 그게 더 꼭 조여올 거예요." 송연의의 시선은 방조주의 손목에 묶인 짙은 녹색 단대 1를 살짝 쓸었다. 2
방조주는 피부가 희고, 녹색이 잘 어울렸다. 더 희게 보여서, 멀리서 본다면, 마치 가지와 잎에 눈이 비치는 듯 했다. 희고 매끈하기가 조금 지나칠 정도였다.
송연의는 눈을 돌려 방조주의 발목 부분을 봤다. 손가락으로 비단 끈을 메며, 이어 말했다 : "일단 묶으면, 묶인 사람은 어떻게 해도 풀 수 없죠. 누군가 당신을 도와주려 한다면 모를까."
말을 마치고, 소녀 같은 모습의 그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방조주에게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방조주는 손을 움직여 보았는데, 과연 한 번 움직이니, 손의 끈이 단번에 확 죄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즉시 움직이지 않았다.
송연의가 방조주의 움직임을 보고, 입가에 웃음기가 짙어졌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
그는 일어서서 창턱까지 걸어갔다. 그곳엔 탁자 하나가 있었다. 그 위에 7,8개의 초를 놓아둔 빨갛게 칠한 나무 쟁반이 있었다. 송연의는 굵기가 다른 양초 몇 개를 거기서 고르고 골라, 결국 성인 팔뚝 만큼 긴 붉은 양초를 골랐다.
미인탑에 묶인 방조주는 송연의가 초를 들고 걸어오는 걸 보자, 눈이 저절로 커졌다. 송연의가 그의 옆에 앉았을 때, 방조주는 연거푸 두 눈을 깜박이더니, 날듯이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송연의는 방조주가 고개를 젓는 움직임을 보고, 마음의 고통이 조금 후련해졌다 생각했을 뿐이었다. 아까 그는 화가 나서 그 화를 올려보낼 수도 없고, 내려오게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정했다. 오늘 반드시 방조주에게 쓴맛을 실컷 보여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며, 그의 손가락 끝이 작게 움직였다. 손 안의 그 초에 불이 붙었다.
"욕촉입니다. 점화된 뒤에, 이 향을 맡은 사람은 마음 속 가장 큰 욕.망을 그려내게 되죠. 촛농을 몸에 떨어트리면, 그럼 더 재미있어지죠." 송연의의 길고 가느다라며 희고 깨끗한 손가락이 방조주의 옷 바깥쪽의 끈을 잡아당겼다. 그저 가볍게 한 번 잡아당겨도, 이 옷은 바로 풀렸다. "몸에 떨어뜨리면, 몸에 욕촉 향이 배죠. 향을 맡은 사람은 참을 수 없이 떨어진 촛농을 맞은 사람의 옷을 뜯어, 그것들을 핥죠."
말이 끝나자, 송연의는 방조주의 옷 바깥의 끈을 풀었다. 그는 초를 방조주의 얼굴 위쪽에 댔다.
방조주는 갑자기 초가 그의 머리 위로 옮겨간 걸 보고, 순간 송연의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고, 즉시 눈을 감았다. 거의 동시에, 그가 눈을 감자마자, 뜨거운 촛농 한 방울이 그의 미간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죽일 변태!
방조주는 참지 못하고 송연의를 욕했다.
"피하지 않는 게 좋아, 피하면, 내가 잘못된 부분에 떨어뜨리게 되잖아. 그럼 다시 해야지." 송연의는 말하며, 뜨거운 기름 방울이 피부로 떨어진 뒤, 순간 근육과 피부에 닿아 순식간에 작고 깜찍한 붉은색 사판화 한 송이로 변하는 걸 감상했다. 3
그는 만족스럽게 아랫입술을 올리며, 손 안의 붉은 초의 위치를 옮겼다.
두 번째 방울은 방조주의 귓불에 떨어졌다.
꽃잎이 돋아나서, 희고 깨끗한 귓불과 어울리니, 산뜻한 아름다움이 자연스레 더해졌다.
욕촉의 향을 맡자 설탕 냄새와 매우 비슷했다. 달달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맡으면 참지 못하고 다시 맡았다. 방조주는 처음에는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는 점차 자신이 통증을 못 느낀단 걸 알아챘다. 머릿속엔 욕촉의 향 뿐이었다.
바로 송연의가 방조주의 옷 끈을 당겨 뜯으려 할 때, 바깥에 갑자기 인기척이 있었다. 그는 즉시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다.
바깥의 인기척은 딱 한 번 울리더니, 바로 그쳤다.
송연의는 문 앞을 응시하다가, 한참 뒤, 일어서서, 촛불을 끄고, 문까지 걸어갔다. 거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문이 검으로 찍혀, 찔러서 그의 얼굴로 곧장 다가왔다.
송연의는 그 검을 보고, 눈이 단번에 반짝였다. 그는 뒤로 살짝 물러났다. 말투에 간과할 수 없는 거북할 정도의 달콤함이 묻어났다. "설단융, 날 찾았구나."
"펑--" 하고.
문이 부숴졌다.
문밖의 사람은 바로 설단융이었다.
연꽃같은 미인 얼굴이 차갑기가 얼음과 서리 같았다. 마치 그의 손에 든 단수검처럼. 그는 곁눈질로 미인탑에 묶인 방조주를 힐끗 보고, 순간 법술을 재촉하여, 한 손에 두 개의 결계를 치고, 다른 한 손으론 단수검을 쥐며, 청천벽력같은 기세로 송연의를 향해 공격했다.
송연의가 비록 큰 변태지만, 매번 설단융에게 변태짓을 하고 싶어해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원인은 바로 그의 수련 경지가 설단융만 못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설단융에게 차마 극단적인 수법을 쓰지 못했다.
이번에도 같았다. 두 사람은 도술을 부려 싸웠고, 결국 패한 것은 역시 송연의였다. 송연의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이때 자신의 식해가 폭발할 것 같단 걸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낮에 경기할 때, 설단융의 공격은 이렇게까지 매섭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의 목숨을 원하는 것 같았다.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송연의는 더 이상 결과에 연연해 싸우려 하지 않았다. 장안법을 시전한 뒤, 즉시 설단융의 결계를 뚫고, 속히 이곳을 떠났다. 4
설단융이 여길 찾을 수 있었으니, 려일엽도 가능할 것 같았다. 비록 설단융이 왜 먼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방조주 하나를 위해서, 목숨까지 잃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번에는 상대방에게 편의를 봐준 셈이다.
그는 안심하고 방조주를 여기 내버려두고, 설단융을 남겼다. 이는 그가 설단융은 절대 방조주가 선 넘는 짓을 하게 허락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욕촉이 불러 일으키는 것은 이때 마음 속의 가장 큰 욕망이었다. 설단융은 당연히 방조주를 좋아하지 않고, 방조주는 지금 수련 경지에 제한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설단융을 능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그도 고의로 흉계를 꾸며놨다. 떠나기 전, 그는 려일엽이 방조주의 몸에 건 환형술을 씻어버렸다.
계속해서 괴롭힐 수 없게 되니, 그도 상대방의 체면을 깎아야 했다.
그런 까닭에 설단융이 미인탑 옆으로 다가와, 방조주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을 때, 손 안의 단수검에서 "윙"소리가 났다.
그러나 방조주 그는......
이미 욕촉의 독에 중독돼, 이 때 마음 속 제일 큰 욕.망이 끌어내졌다. 그래서 그는--
잠들었다.
게다가 설단융이 아까 방조주에게 단독으로 결계를 걸어줬기 때문에, 그는 그 두 사람이 도술을 부려 싸우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고, 아주 단잠을 잤다.
설단융은 방조주의 잠자는 얼굴을 꼿꼿이 쳐다봤다. 한참 뒤, 그는 그제서야 눈을 내리깔고 방조주의 손목과 발에 있는 교사단을 훑어보았다. 검광이 번쩍이자, 교사단이 빛을 따라 끊어졌다.
방조주는 아직도 누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설단융은 허리를 굽혔다. 그는 방조주를 안아, 객잔으로 데려오려고 했다. 그런데 코끝에 갑자기 아주 달콤한 향기가 맡아졌다. 그 향은 마치 뼈 속까지 스며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단융의 동작이 갑자기 멈췄다. 그의 코가 벌름거렸다. 향은 방조주로부터 뿜어져왔다.
그는 방조주의 미간에 있는 꽃을 보았다. 매우 아름다웠다. 이 꽃은 한 군데에 그치지 않았다. 희고 깨끗한 귓불 귀밑에 있는 진홍색 꽃이 긴 머리카락 때문에 가려져있었다. 보일 듯 말 듯이.
내내 냉담하던 그 봉안이, 이때는 긴 속눈썹이 떨렸다. 위아래 눈꺼풀이 하늘과 땅을 이루고, 하늘과 땅이 이어지고 갈라진 틈에 있는 바다의 색은 고요히 깊어졌다. 심지어는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바다 밑에 숨어 있던 심해의 거수들이 점점 본분을 지키지 않게 됐다.
그가 방조주의 어깨에 놓은 손은 가볍게 잡던 것이 무겁게 움켜쥐는 것으로 바뀌었다. 설단융은 방조주가 불편하게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서야, 힘을 조금 뺐다. 하지만 그의 손은 전혀 치워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한 순간일 수도 있고, 일각일 수도 있었다. 설단융은 몸을 숙였다.
작가가 할 말이 있어요 :
내일은 절대 수선 안 한다 ! 불끈! 5
www.danbaisu.postype.com/post/6701648 를 다듬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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